민주노총이 제안한 ‘0~5시 새벽배송 제한·금지안’이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과로와 사고, 소음 문제를 이유로 근무시간을 조정하자는 취지였지만, 현장의 반응은 달랐다. 쿠팡 위탁 택배기사 약 1만 명이 속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야간 기사 2,405명을 긴급 설문한 결과, 95%가 제한에 반대했다.
이들이 새벽배송을 유지하고 싶은 이유는 △도로·엘리베이터 혼잡 감소(43%) △수입 우위(29%) △주간 시간 활용(22%) △주간 일자리 부재(6%)였다. 만약 제한이 도입되면 70%는 다른 야간 일자리로 이동하겠다고 응답했다. 민주노총이 제시한 ‘이원화 근무제’와 주·야 교대제에 대해서도 각각 89%, 84%가 반대했다.
이는 ‘심야노동 = 강요’라는 단순 구도보다, 노동자들의 다양한 선호와 생계 전략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동시에 사회 전체로 보면 피로, 사고, 소음 등 외부효과를 관리해야 하는 과제도 남는다. 결국 논의의 중심은 진영이 아니라 ‘데이터’가 되어야 한다. 사고율(건/백만 배송), 민원 발생(건/천 배송), 야간 소득지수, 이직률 등 객관적 성과 지표로 총후생을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법은 단순한 금지가 아니라 ‘정교한 설계’다.
① 선택(Choice): 심야근무는 자율 참여제로 하고 언제든 철회할 수 있게 한다. 연속 야간 근무 상한과 교대 간 최소 간격을 설정한다.
② 보상(Compensation): 심야 가산임금, 피크 인센티브, 최저수익 보장을 표준화하고, 위험·민원 구간에는 ‘위험가중 프리미엄’을 적용한다.
③ 보호(Care): 피로위험관리(FRMS) 시스템으로 주행·정차·휴게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연속 야간 근무 후 회복휴식과 건강검진·수면교육을 지원한다.
④ 투명(Clarity): 알고리즘 배차·페널티·정산식 로직을 공개하고, 노·사·정·지역이 참여하는 ‘알고리즘 감사보드’와 ‘안전·민원 대시보드’를 운영한다.
⑤ 조정(Coordination): 지자체와 협력해 저소음 장비·전기차·소형차 전환을 지원하고,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실험적으로 추진한다.
이렇게 하면 기업은 품질과 원가 경쟁력을, 노동자는 소득·안전·예측가능성을, 지역사회는 소음·혼잡 완화를, 정부는 고용 안정과 소비자 후생을 얻을 수 있다.
결국 해답은 구호가 아니라 지표, 금지가 아니라 설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