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이 10월 ‘이달의 재외동포’로 일본에서 대규모 모국 투자를 이끌며 조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고 서갑호(1914~1976) 회장을 선정했다.
서 회장은 1914년 경남 울주군 삼남면에서 태어나 9세 때 홀로 일본 오사카로 건너갔다. 어린 시절 온갖 잡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방직업에 뛰어든 그는 1948년 ‘사카모토방적’을 설립했고, 1950년 ‘오사카방적’, 이어 1955년에는 ‘히타치방적’을 인수하며 일본 섬유업계의 거물로 성장했다. 1961년 연 매출 100억 엔을 기록하며 ‘일본의 방적왕’으로 불렸고, 일본 고액소득자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성공 이후 그는 조국을 잊지 않았다. 1962년 도쿄 아자부1번지 토지와 건물, 1975년 시로카네 부지를 대한민국 정부에 기증해 오늘날 주일본대한민국대사관 및 대사관저의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시세로 약 1조 원대에 달하는 부지로 평가된다. 또한 1963년 오사카 대한민국공사관 이전 시에는 재일동포 5명과 함께 2,700만 엔을 마련해 보증금으로 기부했다.
민족 교육에도 헌신했다. 1957년 오사카의 한국학교인 금강학원 이사장을 맡아 별세할 때까지 사재로 운영자금을 지원했고, 재일대한민국민단에도 매년 500만 엔씩을 찬조하며 재일동포 사회의 권익 향상에 힘썼다.
그의 모국 투자는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이 본격화되던 시기인 1963년부터 시작됐다. 서 회장은 영등포의 태창방직을 100만 달러에 인수해 ‘판본방직주식회사’를 세웠고, 이는 재일동포의 첫 대규모 모국 투자 사례로 꼽힌다. 당시 한국 섬유 산업의 성장과 경제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서 회장의 헌신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대한민국의 위상 제고와 재외동포 사회 발전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며 “그의 조국애와 희생정신이 널리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