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칼날은 때때로 창작자의 펜을 꺾는다. ‘못 쓴다’, ‘진부하다’, ‘시대착오적이다’ 같은 평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한 작가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폭력이 되기도 한다. 『테스』의 토머스 하디는 혹평을 견디지 못해 소설을 접었고, 『앵무새 죽이기』의 하퍼 리는 단 한 권으로 절필했다. 그러나 불굴의 작가도 있었다. 헤밍웨이는 문단의 비난에 휘둘리지 않았다. 그는 ‘평론가’가 아니라 ‘독자’를 바라봤다. 그의 기준은 “이 문장이 독자에게 닿는가”였다.
문학사엔 스스로를 불태운 작가들이 많다. 톨스토이, 제임스 조이스, 카프카는 자신의 원고를 태워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어떤 작가는 자기 책을 “쓰레기”라 불렀다. 그러나 진정한 위기는 비평이 아니라 ‘독자의 무관심’이다. 한밤중, 팔리지 않는 책을 바라보는 작가의 고독은 문단의 어떤 논쟁보다 무겁다.
그래서 누군가는 절필하지 않고 쓴다. 못났든 잘났든, 자신의 문장을 세상에 내보내며 다시 펜을 든다. 그들이 묻는다. “무엇이 당신의 펜을 꺾지 않게 하는가.”
이 물음이 전주에서 이어진다. 오는 10월 15일 오후 7시, 전주시 덕진구 평생학습관 201호에서 『나의 왼발』 북토크가 열린다. 참여 작가는 김정배, 박지음, 하서찬, 김승일, 강윤미 등 여섯 명의 시인 겸 소설가다. 이날 행사는 음악과 인문학 대담, 작가 낭독, 그리고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참가비는 없으며, 전주시 평생학습과(063-281-5367)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이 북토크의 주제는 단순한 문학 행사가 아니다.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만나, 문학이 왜 여전히 필요한가를 확인하는 자리다. 글쓰기에 몰입하기 위해선 뻔뻔해질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날 만큼은, 그 용기가 아름답다.
마지막으로, 헤밍웨이의 소설을 영화화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의 OST ‘Maria’s Confession / Roberto’s Kiss’를 추천한다. “코가 닿는데 키스를 어떻게 하죠?” — 그 명장면처럼, 글과 사람도 그렇게 가까이 닿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