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일본 도쿄 신국립극장(新国立劇場) 소극장에서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이 개막했다. 이 작품은 2008년 초연 이후 2011년, 2016년에 이어 2025년에 다시 무대에 오른 것으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야끼니꾸 드래곤’은 1969~71년 오사카 간사이공항 부근 자이니치 마을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며 연명하는 한 재일 한국인(자이니치) 가족의 삶을 그린다. 아버지 용길은 전쟁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죽은 전처의 딸들과 재혼한 아내 영순, 영순의 딸, 그리고 부부가 낳은 아들과 함께 일상을 이어간다. 하지만 일본 사회의 차별 앞에서 가족 각자는 다른 길을 택하고, 학교 폭력, 자살, 강제 철거 등 극한의 상황들을 마주한다.
이번 공연은 일본 측 신국립극장과 한국의 예술의전당이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일본어·한국어 병행 공연, 일본어 자막 제공 등의 방식으로 양국 관객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배우진 면에서도 화려하다. 초연 및 재연 멤버였던 고수희, 박수영, 김문식, 지바 데쓰야 등이 출연했고, 새로 합류한 배우들도 무대 위에 올라 감정의 깊이를 더한다. 특히 고수희는 “몸이 기억해서 연기에 어려움은 없다”고 말하며, 이번 무대가 더 자연스러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개막 공연의 반응은 뜨거웠다. 객석을 가득 메운 일본 관객들은 웃음과 눈물 사이를 오가며 몰입했고, 막이 내린 뒤에는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공연장 로비에서는 전통 색동 지갑, 김밥, 전, 잡채, 막걸리 등 한일 문화를 결합한 기념품과 음식이 판매되며 “공연 그 이상의 문화 체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평가들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논설위원 하마다 모토코는 “볼 때마다 울게 된다. 이 작품은 자이니치의 삶을 제대로 전한다”고 말했다. 연극평론가 우치다 요이치도 “정의신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 대사의 힘이 크다”고 평했다.
공연은 10월 27일까지 도쿄 소극장에서 이어지며, 이후 11월 14~23일 서울 예술의전당, 12월 기타큐슈·도야마 등을 거쳐 12월 19~21일 도쿄 신국립극장 중극장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야끼니꾸 드래곤’이 보여주는 것은 단지 한 가족의 비극이 아니다. 과거의 상흔을 지닌 채 현대 사회 속에서 정체성과 소속을 고민해야 하는 존재들에 대한 기록이자 증언이다. 이번 무대가 일본과 한국 관객 모두에게 자아와 기억, 화해의 문제를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