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엔저(円低)’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2엔대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엔화 약세 흐름이 가속화된 결과다.
시장에서는 자민당 신임 총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의 통화 완화 기조가 환율 급등의 주요 배경으로 분석된다. 다카이치는 아베노믹스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으며, 금리 인상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BOJ)의 통화 긴축 전환이 한층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고 있다. 미·일 간 금리 차가 확대되면 엔화 자산의 매력이 떨어지고, 이는 엔저를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이 된다.
한편 엔화 약세는 수출 중심의 일본 대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 기대가 반영되며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지나친 엔저는 수입 물가 상승과 소비자 부담 확대, 외채 환산 손실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와 BOJ 내부에서도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향후 엔화 흐름은 다카이치 내각의 통화정책 방향,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 미국의 금리 기조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