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유지되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들어선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방미통위 설치법은 오는 25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추석 연휴 직후 공포·시행될 경우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임기는 곧바로 종료된다.
변화의 핵심은 위원회 구성과 소관 업무다. 방통위는 5인 상임위원 체제였으나 방미통위는 상임 3인, 비상임 4인으로 꾸려 총 7인 구조가 된다. 대통령이 위원장과 비상임위원 1명을, 여야가 나머지를 추천해 4대3 구도가 형성된다. 여당 측은 “대표성과 민주성을 강화하기 위한 개편”이라 주장하지만, 야당은 “위원장 교체를 위한 법”이라며 반발한다.
업무 범위도 넓어진다. IPTV를 비롯한 유료방송 정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방미통위로 넘어오면서 단순 규제기관에서 진흥 기능까지 겸하는 조직으로 재편된다. 2012년 582만 명 수준이던 IPTV 가입자는 2024년 2131만 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으나, 전체 유료방송 시장은 최근 감소세로 돌아섰다. OTT 서비스 확산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OTT는 이번 개편 대상에서 빠졌다.
그러나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학계와 업계 일각에서는 “이름만 바뀐 기존 방통위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 자격 요건이나 추천 구조가 사실상 그대로여서 정치적 후견주의와 전문성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방통위원 다수가 정치인 출신으로 채워지며 “미디어 정책 전문성 결여” 비판을 받아왔다.
여권은 “방송 장악으로 피폐해진 환경을 정상화하는 1단계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방미통위가 공영방송 정상화와 뉴미디어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진숙 축출법’ 논란을 넘어 OTT 거버넌스와 전문성 강화 같은 본질적 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방미통위 역시 방통위의 한계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