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대미 투자펀드와 제조업·조선업 협력 구상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 여건과 한국 외환보유액 현실을 감안할 때 무리한 합의는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전 위원장은 10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가들이 제조업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며 “미국은 지난 30년간 제조업을 사실상 포기했고, 제조업 노동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 제조업과 조선업을 부흥시킬 수 있을지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구상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에 대해 “우리 정부 발표와 미국 정부 생각이 다르다”며 “미국은 이 돈을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사회간접시설 투자에 쓰려 한다. 사실상 현금 납부 요구”라고 설명했다. 또한 “3500억 달러는 한국 외환보유고의 89% 수준으로, 이를 집행할 경우 한국 경제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경고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은 외환보유액이 1조5000억 달러에 달해 5500억 달러를 미국에 납부할 수 있었지만, 한국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100일 평가와 관련해 “큰 실수 없이 무난하게 이끌어왔다”고 호평했으나, 관세협상은 “아직 미완의 작품”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여당인 민주당에는 “검찰청 폐지 논의는 헌법상 근거를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검찰 문제는 제도 이름이 아니라 집권자가 권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한 데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또,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주장에 대해 “사법부 고유 권한을 외부에서 결정할 수 있느냐는 점을 냉정히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인 국민의힘에는 “정청래 대표가 ‘내란 세력’을 언급하기 전에 스스로 계엄·탄핵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솔직히 사과하는 것이 당의 미래를 위해 현명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