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전후 80년 담화를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치 일정과 정국 상황, 그리고 자민당 내 보수파의 강한 반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대신 전문가 패널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개인 메시지 형식 발표가 검토되고 있다.
10년 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내각 결정을 거친 공식 담화를 발표했다. 아베 담화에는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 문구가 포함됐으나, 동시에 “전후 세대에 사과의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통해 향후 추가 사과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자민당 내 우익 세력의 역사 종결론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니시무라 야스토시 중의원은 전후 80년 담화에 대해 “70주년 담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담화는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이러한 보수파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후 일본 정부의 과거사 대응이 오히려 후퇴했다는 점이다. 2024년 군마 현에서는 조선인 희생자 기념비가 철거됐고, 사도 금광 추도식에서도 강제노동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빠졌다. 올해는 유네스코의 ‘군함도 조선인 노동자 역사 반영’ 권고마저 무시했다.
이와 같은 행보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성의 있는 직시 대신 역사 수정주의와 말살주의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더 이상의 사과는 필요 없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서 얻기 위해서라도 진지하고 일관된 반성과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