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8일 밤 미국을 겨냥한 공식 담화를 통해 “2018년, 2019년은 다시 오지 않는다”며 과거 북미정상회담 시대로의 회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전날 남한을 향한 담화에 이어 이틀 연속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북미관계 재편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북한은 이미 불가역적인 핵보유국”이라며, 이를 부정하려는 미국의 입장은 “비현실적인 환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하면서, 북미 간 대화의 출발점은 북한의 핵지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우호적 관계를 거론하며 “정상 간의 개인적 관계는 나쁘지 않다”고 언급, 직접적인 대화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이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접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여정은 이와 관련해 “북한은 급할 것이 없다”며, 미국이 먼저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어떠한 만남도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번 담화는 전날 발표된 대남 메시지와 일관된 기조를 보였다. 김여정은 “우리는 지켜볼 뿐”이라며,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모두에서 주도권을 북한이 쥐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의 잇단 담화는 남북 및 북미관계에서 기존의 대화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향후 미국의 대응 여부가 새로운 국면 진입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