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의 라이벌 농심과 삼양식품이 이번에는 수프 제조사 인수를 두고 맞붙었다. 핵심 원재료인 수프의 자체 생산 능력을 확보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한편, 최근 급부상하는 글로벌 ‘K소스’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농심은 현재 수프 제조사인 ‘세우’ 인수를 추진 중이다. 세우는 농심의 대표 제품인 신라면 수프를 공급해왔으며,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의 외가 친척들이 경영하고 있다. 세우는 라면수프뿐 아니라 간장, 고추장, 된장 등 장류까지 제조·판매하고 있다. 농심은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제품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해외 시장 진출 확대를 꾀할 계획이다. 다만 농심 측은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삼양식품 역시 불닭볶음면의 세계적 인기를 발판 삼아 수프 및 소스 전문기업 ‘지앤에프’ 인수에 나섰다. 지앤에프는 삼양식품 외에도 농심, 오뚜기 등 주요 식품기업에 분말 소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코인 육수 분야에서도 강점이 있다. 삼양식품이 M&A에 나선 것은 지난 2015년 냉동식품업체 인수 후 10년 만이다. 삼양식품 역시 “계약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의 인수 추진 배경을 공급망 안정화와 해외시장 확대 전략으로 보고 있다. 라면 맛의 핵심인 수프를 직접 생산하면 독자적 기술 보호와 함께 원가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최근 고추장, 된장, 불닭 소스 등 이른바 ‘K소스’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조미소재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글로벌 조미소재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433억 달러(약 60조 원)였으며, 오는 2030년에는 약 600억 달러(84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과 삼양의 이번 인수는 이러한 시장 성장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농심이 추진하는 세우 인수에 대해서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를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세우는 농심과의 내부 거래 비중이 높아 2021년 기준 전체 매출의 61%를 농심과의 거래에서 올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세우가 2022년 농심과 독립 친족경영으로 분리된 후에도 내부 거래가 집중된 점을 문제 삼아 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공정거래 분야를 엄격히 보는 만큼, 농심으로서는 인수를 통해 논란을 원천 해소하는 효과도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