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K팝 음반 수출과 실물 앨범 판매량이 나란히 하락세를 보이며 산업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수출 1위 국가였던 일본에서도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며 ‘텃밭’ 지위에 금이 가고 있다는 평가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2025년 1∼6월 K팝 음반 수출액은 1억1,442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6% 줄었다. 2년 연속 상반기 수출 감소세다. 수출 대상국 중 일본은 3,909만 달러로 1위를 지켰지만, 감소율은 15.0%에 달했다. 이는 전체 감소폭보다 더 큰 수치로, 일본 내 K팝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
같은 기간 미국 수출도 36.1% 급감하며 순위가 중국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중국 수출은 9.3% 증가한 2,010만 달러로 선전했다.
시장 내부에서는 일본에서의 공급 과잉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다수의 K팝 가수가 일본 시장에 진출했지만, 현지 팬덤 수요를 초과한 공급으로 콘서트 흥행이 예전 같지 않다”고 전했다.
또한 일본 현지에서는 JO1, INI 등 자국형 K팝 그룹이 오리콘 차트를 점령하며 대체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오리콘 앨범차트 25위 내 순수 한국 K팝 그룹 앨범은 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개보다 줄었다.
판매 지표도 부진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1~400위권 기준 실물 음반 판매량은 4,248만 장으로 전년 동기보다 9.0% 감소했고, 음원 이용량도 6.4% 하락했다.
가요계에서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복귀를 기점으로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데뷔 10년이 넘은 만큼, 새로운 슈퍼스타 발굴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차세대 슈퍼 IP를 발굴하고, 글로벌 팬을 사로잡을 전략적 콘셉트와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어 가사와 ‘탈 K팝’ 전략에 대한 피로감도 지적된다. 김진우 음악데이터 분석가는 “글로벌 겨냥 전략이 내수 시장의 감성을 잃게 하고 있다”며 “올여름 히트 서머송이 실종된 것도 이런 흐름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K팝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과잉공급 조절, 지역 맞춤형 전략, 콘텐츠 다변화 등 다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