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1년째 이어지는 쌀값 폭등을 잡기 위해 정부 비축미를 시장에 풀었지만, 가격 안정 효과는 기대 이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일본 대형마트 ‘이온’ 도쿄점에서는 정부가 공급한 비축미(5㎏당 1980엔)가 판매 개시 직후 동이 났다. 일반 시중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소비자들이 몰린 탓이다. 그러나 정부가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총 30만t의 비축미를 시장에 방출했음에도 쌀값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쌀 5㎏당 평균 가격은 4285엔으로, 최근 2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현지 언론들은 가격 안정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로 쌀 유통 구조 내의 경직성을 꼽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정부가 저렴하게 공급한 비축미가 실제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JA전농(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을 중심으로 한 유통 시스템의 폐쇄성을 비판했다. JA계열이 정부미 입찰 물량 대부분을 독점하면서 민간 업체 진입을 어렵게 하고, 유통 단계가 지나치게 많아 비용과 마진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쌀은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평균 4~5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치며, 각 단계마다 물류비와 수수료가 추가돼 소비자 가격이 생산자 판매가의 1.4배 이상으로 뛰는 경우가 흔하다.
대표적인 일본 할인마트 ‘돈키호테’ 운영사 팬퍼시픽인터내셔널홀딩스(PPIH)는 최근 정부에 공식적으로 “쌀 유통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JA계열 유통망과 1차 도매상의 독점적 구조를 지적하며, 다단계 유통을 축소하고 소매업체의 직접 협상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쌀 유통 구조 개혁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연내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JA전농이 전국 1300여 지방 농협을 거느리며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개혁 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