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유언 대신 신탁 계약으로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재산 분배는 물론 장례와 SNS 계정 폐쇄, 반려동물 처리까지 은행이 대행하는 ‘사후 정리 신탁’ 상품이 고령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가족이 없는 일반 시민들, 소위 ‘오히토리사마(おひとりさま)’까지 이용층이 확대되는 중이다. ‘죽은 뒤에도 타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일본 특유의 메이와쿠(迷惑) 문화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일본의 신탁은행은 유언 작성과 보관, 사망 후 집행까지 전 과정을 대행한다. 유언 신탁 보관 건수는 2019년 15만 건에서 2023년 20만 건으로 증가했고, 종이 유언장 없이 계약만으로 실행되는 유언대용신탁은 같은 기간 18만8500건에서 24만7900건으로 늘었다.
신탁을 통해 재산을 맡긴 고객은 생전 계약에 따라 장례 비용을 정산하고, 남은 자산을 지정한 수익자에게 자동 송금되도록 할 수 있다. 추가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신탁은행이 운용 수익으로 비용을 충당하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신탁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2022년 말 2조 원에서 2024년 말 3조5400억 원으로 증가했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은 한국에 있어 중요한 선례다.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은 78조 엔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일본 4대 금융그룹 중 하나로, 하나금융그룹과 협약을 맺고 국내에 신탁 운영 노하우를 전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