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방자치단체장이 여성 정치인을 지칭하며 ‘아줌마’라는 표현을 사용해 정치권 전반에 성차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반복되는 여성 비하 발언이 일본 정치 문화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히라이 신지 지사가 있다. 그는 지난 18일 돗토리현 의회에서 저출생 대책과 관련한 논의 도중 “도쿄에는 바로 실행할 ‘아줌마’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발언했다. 해당 표현은 사실상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를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현장에서는 즉각 문제 제기가 나왔다. 한 현의원이 성차별적 표현 아니냐고 지적했고, 히라이 지사는 이후 발언 삭제를 요청하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발언은 언론을 통해 확산되며 논란이 커졌다.
고이케 지사는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답하는 것조차 헛된 일”이라며 “지도자부터 이런 ‘아저씨 발언’을 하면 여성들이 희망을 갖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직자의 발언이 갖는 영향력을 강조하며 신중한 언어 사용을 촉구했다.
논란이 확대되자 히라이 지사는 “애정과 경애를 담은 표현이었다”며 특정 인물을 겨냥한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해명이 본질을 벗어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학자인 시라토리 히로시 교수는 “차별은 용납될 수 없으며 시대는 이미 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직자일수록 성 인식 변화에 맞는 발언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실언을 넘어 일본 정치권의 고질적인 성차별 문제를 다시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고이케 지사는 일본 정치에서 드물게 유리천장을 넘어선 대표적 여성 정치인으로 꼽힌다. 2007년 여성 최초 방위상을 지냈고, 2016년 도쿄도지사에 당선된 이후 3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치 현장에서는 여전히 여성 정치인을 외모나 나이, 성별로 평가하는 발언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아소 다로 역시 2024년 강연에서 여성 외무상을 ‘아줌마’라고 표현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 남아 있는 성별 인식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여성 정치 참여 확대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뒷받침할 문화적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