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베트남산 수입품에 대해 최대 46%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요 생산기지를 베트남에 둔 한국 대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생산물량 조정은 물론, 미국·멕시코 등지로의 공장이전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자국의 대베트남 무역적자를 문제삼으며 대대적인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포스트 차이나’로 베트남을 낙점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던 국내 기업들은 생산전략 수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부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은 4일 삼성, LG, 포스코, 효성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오는 14일 베트남을 방문해 현지 한국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베트남 정부에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베트남 현지에선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LG전자 등 일부 기업은 생산물량 조정은 물론, 장기적으로 생산시설 자체를 미국이나 멕시코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는 이미 미국과 멕시코에도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어 생산지 재배치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베트남 생산물량 중 약 20%가 미국 수출용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중 다수가 스마트폰인 만큼, 46%의 고율 관세가 적용될 경우 미국 내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상대적으로 중간재를 생산 중인 효성이나 철강제품을 주로 다루는 포스코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 역시 미국의 통상 압박이 추가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간재는 아직 미국 완제품 제조사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급격한 변화는 없지만, 앞으로를 낙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베트남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핵심지로 부상하며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집중된 상황에서, 이번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