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회 진해군항제가 지난 28일 개막한 가운데, 첫 주말을 맞은 30일 창원시 진해구 일대는 대형 산불 피해 여파로 전반적인 분위기가 차분하게 진행됐다. 창원시는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군부대 개방 행사를 전면 취소하는 등 축제 규모를 대폭 축소했으며, 여파로 내국인 방문객은 줄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두드러졌다.
30일 오전 경화역과 여좌천 일대에는 가이드 깃발을 따라 움직이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활짝 핀 벚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먹거리와 기념품 쇼핑을 즐기며 군항제의 정취를 만끽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단체로 진해를 찾은 유스틴(23)은 “벚꽃이 너무 예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여좌천 일대 상인들은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다국어 안내판을 마련하고 손님맞이에 나섰다. 10년째 수공예 잡화점을 운영 중인 박남정(52)은 “매년 대만, 일본, 러시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푸드트럭을 운영 중인 심민업(50)은 “개막 첫날엔 외국인이 대부분이었고, 주말 들어 내국인도 늘어 지금은 반반 정도”라고 전했다.
다만 외국인 방문객 수도 예년보다 줄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인도네시아 관광 가이드 김미정(61)은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진해를 찾는 상품이 많지만, 정치 이슈 등의 여파로 전체적인 방문객 수는 줄었다”고 말했다. 경화역 관광안내소에서 3년째 중국어 통역을 맡고 있는 김모(55)씨 역시 “산불 피해로 분위기가 가라앉아 국내 관광객이 줄었고, 전체 방문객 수도 감소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창원시는 산불 피해 지역과의 연대 차원에서 행사 전반을 축소하고 경건한 분위기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해군사관학교, 해군진해기지사령부 11부두, 통해로 개방이 취소됐고, 해군 함정 견학, K-방산홍보전, 공군 블랙이글스 에어쇼 등 주요 행사들도 취소됐다. 진해군악의장페스티벌 역시 국방부와의 협의 끝에 열리지 않기로 했다.
4월 2일 예정됐던 ‘이충무공 승전기념 불꽃쇼’도 취소됐으며, 대신 공식행사 전 묵념으로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할 예정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축제 전면 취소는 지역경제를 고려할 때 어려운 판단이었다”며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을 되새기며 시민과 국민이 하나 되는 행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