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이 김진태 강원지사의 공천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및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가교 역할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한, 김 지사 측과의 관계를 활용해 특정 인사를 보좌역으로 알선하려 한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천 과정에서 윤석열 부부·이준석과 연결 시도
26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명씨는 2022년 4월 13일 김진태 당시 강원지사 예비후보로부터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 기사 링크를 받은 후 “(윤석열) 당선인, 사모님(김건희 여사),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에게 보내드렸다”고 답변했다.
당시 김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벌였으며, 경쟁자인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상대적으로 밀리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 및 이 전 대표에게 김 지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한 것은 공천 과정에 영향을 주려 했던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같은 날 저녁 명씨는 김 지사에게 이준석 전 대표 측 관계자 연락처를 보냈고, 이튿날 김건희 여사의 연락처도 공유했다. 당시 황 전 수석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언론에서 거론되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4월 14일 황 전 수석의 단수 공천이 발표된 후, 나흘 만에 경선으로 변경됐다.
“김진태 내가 살렸다” 주장
김 지사는 “경선은 단식 농성을 통해 자력으로 얻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명씨 또한 검찰에서 “윤 대통령 측과 김 지사 측이 서로 연락할 수 있도록 돕긴 했지만, 강원지사 선거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명씨는 주변에 “김진태를 내가 살렸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는 김 지사와의 대화에서 컷오프 불복 입장문을 전달받는 등, 공천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고 김 지사 역시 이를 인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사 보좌역’ 자리 알선 시도 정황
명씨는 단순히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활용해 보좌역 등의 직책을 알선하려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명씨와 접촉했던 사업가 A씨에 따르면, 명씨는 “김 지사와 친분이 있으니 보좌역으로 연결해줄 수 있다”거나 “사업을 소개해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당 제안이 실제로 성사되지는 않았으며, 명씨가 이를 통해 금전적 대가를 받으려 했는지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정치적 영향력 과장 가능성도… 사안별 검증 필요
명씨가 정치권에 미친 영향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명씨가 유력 정치인들에게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명씨와 거래했던 최모씨는 “명씨가 지역구 국회의원과 친분이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라고 했지만, 막상 가보니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문자 한 번 보내놓고 ‘내가 성사시켰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명씨가 정치권에서 실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인지, 단순한 허세였는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보다 명확히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