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한국 성씨 중 특히 ‘고(高)’, ‘양(梁)’, ‘부(夫)’ 씨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이유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제주도 출신 이주민들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 정착한 한국계 이주민 중 상당수는 조선 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건너간 사람들이지만, 특히 제주도 출신들은 일본 내에서 독특한 성씨 분포를 보인다. 제주도는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큰 이주가 발생한 지역으로, 특히 13세기 몽골의 침략 이후 고려에 복속된 탐라국 출신들이 일본으로 건너간 기록이 남아 있다.
고·양·부 씨는 원래 탐라국을 구성하던 주요 성씨로, 고려 시대 이후에도 제주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했다. 이후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에 걸쳐 많은 제주도민이 일본으로 이주하면서 해당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일본에서도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18세기와 19세기 제주에서 발생한 대기근과 20세기 초 일제의 수탈 정책은 많은 제주도민들이 생계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게 만든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으로 이주한 제주인들은 어업, 농업, 노동직 등에 종사하며 정착했고, 이 과정에서 후손들이 일본 국적을 취득하거나 현지에서 뿌리를 내리면서 ‘고’, ‘양’, ‘부’ 씨 성을 가진 이들이 일본 사회에서도 눈에 띄게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