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중국 선양 일본총영사관에서 탈북 주민들의 망명 시도가 발생했던 사건으로 주목받은 아나미 고레시게 전 주중 일본대사가 지난 13일 오후 도쿄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3세.
1941년 도쿄에서 태어난 고인은 도쿄대를 졸업한 뒤 1967년 외무성에 입성해 중국과장, 아시아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주중 일본대사로 재직했다.
고인은 2002년 5월 8일 발생한 선양 일본총영사관 사건 당시 책임자로 논란이 됐다. 당시 탈북자 김한미 양 가족 5명이 일본총영사관으로 진입하려 했으나, 중국 공안이 영사관 안으로 들어와 이들을 끌어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당일, 아나미 대사는 대사관 정례회의에서 “수상한 사람이 대사관에 들어오려고 할 경우 쫓아내라”며 “인도적인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지겠다.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것보다 쫓아내는 것이 낫다”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일본 외무성은 오카자키 기요시 총영사를 경질하고, 아나미 대사에게는 엄중 훈계 처분을 내렸다. 아나미 전 대사는 외무성 내 대표적인 친중 성향의 ‘차이나 스쿨’로 알려져 있으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중·일 관계가 악화되자 참배 중지를 건의하기도 했다.
아나미 전 대사의 별세 소식은 선양 사건과 당시 중·일 관계를 다시금 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