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병폐로 부각되고 있다. 히키코모리는 주로 오랜 기간 집에 틀어박혀 사회와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피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사회경제적 불안정과 개인의 정신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와 각계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 일본의 히키코모리 인구 증가
일본 정부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15세부터 64세 인구 중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인구는 146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수치는 일본 사회의 청년부터 중장년층까지 전 세대에서 히키코모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기존에는 젊은 세대의 문제로 인식되었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40세 이상의 중장년층 히키코모리 인구가 61만 명에 달해, 청년층 히키코모리(54만 명)를 넘어섰다. 이는 경제 불황, 취업난, 사회적 압박 등 다양한 요인이 장년층 히키코모리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2. 경제 불황과 ‘취직 빙하기 세대’의 영향
일본에서는 1990년대 버블 경제의 붕괴 이후 ‘취직 빙하기 세대’가 등장했는데, 이 세대의 젊은이들은 당시 극심한 취업난을 겪으며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직업적,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한 사회적 소외감이 히키코모리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취직 빙하기 세대의 장년층이 히키코모리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성격 문제를 넘어 일본의 사회적 구조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3. 가족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 ‘8050 문제’
히키코모리 현상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8050 문제’가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80대 부모가 50대 히키코모리 자녀를 돌보는 현상을 가리킨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는 부모가 고령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중년 자녀가 사회적으로 자립하지 못해 가족의 경제적, 정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 복지 시스템에도 부담을 주고 있어, 일본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4. 사회 복귀와 재활 지원의 어려움
히키코모리의 사회 복귀는 쉽지 않은 문제로, 일본의 지자체들은 이를 위한 지원을 거의 포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히키코모리 당사자들의 재사회화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며, 당사자의 의지나 환경적 변화가 동반되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특히, 일본의 집단주의적 문화와 사회적 압박은 이들의 복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히키코모리 지원 단체와 협력하여 취업 지원이나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의 개선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5. 고령화에 따른 대책과 새로운 방향
일본 정부는 최근 히키코모리 현상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중장년층까지 포괄하는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히키코모리의 사회 복귀를 돕는 정책을 확대할 계획이다. 40세 이상의 히키코모리도 사회와 재연결할 수 있도록, 취업 지원뿐 아니라 정신 건강 지원, 사회적 교류 프로그램 등 종합적인 대책이 검토되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와 함께 노동 인구 감소 문제를 겪고 있어, 사회적 자원으로서 히키코모리의 잠재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히키코모리의 사회적 참여를 장려하는 프로그램, 경제적 지원 정책, 정신 건강 상담 등 다양한 지원을 마련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히키코모리 현상은 일본 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일본 정부와 사회는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보다 체계적인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히키코모리의 사회 복귀는 이들 개인의 삶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