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협박해 거액을 갈취하려 한 유튜버와 변호사 일당의 범행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범행 주동자인 유튜버 구제역(이준희)을 비롯해 여러 유튜버들이 연루되었고, 이들은 쯔양의 사생활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면서 구체적인 협박 계획을 세웠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공갈을 넘어 사이버 공간에서의 집단 괴롭힘을 포함한 조직적 범죄로 평가되고 있다.
공갈 범죄의 시작: 사생활 제보로 범행 모의
이번 범죄는 지난해 1월, 구제역이 쯔양의 전 남자친구이자 과거 소속사 대표였던 A씨의 변호사 최모 변호사로부터 쯔양의 사생활에 관한 제보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최 변호사는 쯔양이 탈세를 저질렀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구제역에게 넘겼고, 구제역은 이를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동료 유튜버들과 공유하며 범행을 계획했다.
당시 구제역을 포함해 참여한 유튜버들은 이 단체방에서 쯔양에게 금전을 요구할 협박 방안을 모의했다. 그들은 쯔양이 사생활이 공개될 것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이를 이용해 돈을 뜯어낼 계획을 세웠다. 대화 내용에는 “엿 바꿔 먹자”라는 식의 발언과 함께 “영상 비공개 대가로 돈을 받아내자”는 등의 협박을 독려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3,000만 원에서 2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갈취할 계획을 세우며 구체적인 금액까지 조율했다.
실행에 옮겨진 협박: 5,500만 원 갈취
이들의 범행은 단순한 모의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실행에 옮겨졌다. 구제역과 주작감별사(전국진)는 2023년 2월, 쯔양에게 전 남자친구와의 과거를 폭로하지 않겠다며 협박하여 5,500만 원을 갈취했다. 쯔양은 과거 4년 동안 전 남자친구 A씨로부터 데이트 폭력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이들은 이를 이용해 돈을 받아낸 것이다.
이들은 한 번의 협박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으로 5,000만 원을 더 요구했다. 구제역은 쯔양에게 “쯔양의 사생활 제보가 사이버레커 연합회에도 들어갔다. 유튜버들과 기자들을 입막음해야 한다”고 겁을 주며 추가적인 금전을 요구했다. 심지어 쯔양에게 “공론화하지 않는 대가로 내 지인의 식당을 홍보해 달라”는 요구까지 하며, 실제로 촬영을 강요하기도 했다.
다른 유튜버들의 가담과 추가 범행
이번 사건에 가담한 유튜버는 구제역과 주작감별사뿐만이 아니었다. 유튜버 카라큘라(이세욱)와 크로커다일(최일환)도 이 범행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구제역의 범행을 방조하거나 협박을 권유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카라큘라와 구제역은 쯔양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도 노렸다. 이들은 각각 아프리카TV BJ를 대상으로 스캠코인 사기 의혹을 제기하며 협박해 카라큘라는 3,000만 원, 구제역은 2,200만 원을 갈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쯔양의 정보를 구제역에게 넘긴 최모 변호사도 쯔양에 대한 공갈 방조 혐의로 구속되었다.
사이버레커들의 이중성: 정의 수호자에서 범죄자로
이번 사건을 통해 사이버레커(타인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제작·유포하는 유튜버들)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들은 자신들을 정의를 수호하는 존재로 포장해왔지만, 실제로는 피해자들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특히 구제역과 주작감별사는 쯔양의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공포심을 자극하면서 거액을 갈취했음에도, 자신들을 ‘흑기사’로 묘사하며 피해자를 지켜주려는 역할을 자처했다.
쯔양 사건은 지난달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사이버레커 연합’이라는 유튜버들이 쯔양을 협박하고 돈을 요구했다고 폭로하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익명의 제보가 이어지며 검찰이 강제 수사에 착수했고, 범행의 전모가 밝혀졌다.
구제역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쯔양 측이 먼저 요청해온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이 쯔양의 약점을 이용해 금전을 취득하고, 수사 과정에서도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심지어 검찰 수사 상황을 언론에 유출해 다른 공범들에게 수사 대비 시간을 벌어주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향후 재판 전망
검찰은 이들 유튜버들을 ‘사적 제재’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의의 사도로 행세했지만, 실제로는 사이버불링과 공갈을 일삼는 범죄자라고 규정했다. 타인의 약점을 악용해 폭로와 금품 요구를 교환하는 약탈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수원지검의 황우진 부장검사는 “이들은 자극적인 폭로 콘텐츠로 구독자와 조회수를 늘리고 광고 수익을 얻었다”며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들 유튜버 4명에 대한 첫 재판은 다음 달 6일에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추가적인 증거를 통해 범행의 규모와 공범들의 역할을 더욱 명확히 밝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