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여당 행사에서 현역 자위대원이 국가 ‘기미가요’를 제창한 것을 두고 정치적 중립성 위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2일 열린 자민당 당대회다. 육상자위대 중앙음악대 소속 성악 요원이 정복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일본 국가를 불렀다. 행사장에는 일장기인 히노마루가 게양돼 있었고, 사실상 정당 행사에 군 조직 소속 인력이 참여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일본 정부 수장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민간 요청에 따른 개인 자격 참여”라는 점을 강조하며 자위대법 위반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자위대법은 대원의 정치적 행위를 제한하고 있지만, 사적 참여이기 때문에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다.
그러나 정치권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연립 파트너인 일본유신회 측에서도 “부적절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집권 세력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점이 주목된다.
정부 내에서도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내각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법적 문제와 별개로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사실상 유감 입장을 밝혔다. 형식상 위법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부적절했다는 판단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성’이다. 자위대는 헌법상 군대가 아닌 조직으로 규정돼 있으며, 정치 개입을 엄격히 제한받는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정당 행사에 정복을 입은 현역 대원이 등장할 경우, 국가 권력과 특정 정당 간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미가요 자체도 논쟁적 상징이다. 이 노래는 천황의 통치 영속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일본 내외에서 군국주의의 잔재라는 비판과 전통 상징이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번 사안은 자위대의 역할 확대와 헌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과 맞물려 정치적 파장을 키우고 있다. 자민당은 자위대를 헌법에 명시하는 개헌을 추진 중인 만큼, 군과 정치의 거리 설정 문제가 향후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