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과 은값이 동반 폭등했다. 1980년 ‘은파동’ 이후 45년 만에 은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귀금속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13일(미 동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128.95달러로 2.8%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4131달러를 돌파했다. 금 선물(12월 인도분) 역시 3.4% 오른 4135.50달러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금값 상승률은 57%에 달한다.
은값의 상승 폭은 더 컸다. 같은 시간 은 현물 가격은 4.7% 오른 온스당 52.5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980년 헌트 가문이 주도한 ‘은파동’ 사태 당시의 고점 50달러를 넘어선 수준이다. 당시 미국 텍사스 석유 재벌 헌트 형제가 은을 대량 매입해 가격을 폭등시킨 뒤 폭락을 초래한 바 있다.
이번 급등은 런던 선물시장에서의 공매도 압박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불안, 고평가된 주식시장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금을 금과 은으로 이동시켰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은 시장은 금보다 약 9배 작아 유동성이 낮고, 그만큼 가격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은행의 금 매입과 달리 은은 제도적 수요가 약해 투자 흐름이 잠시만 바뀌어도 가격이 급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귀금속 자산운용사 스프로트의 수석 매니저 슈리 카르구트가르는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산업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공급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은 가격 상승률은 73%로 금의 상승폭을 크게 웃돈다. 특히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 은을 사용하는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산업 수요가 투자 수요와 겹쳐 상승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귀금속 가격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6년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 은값은 65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HSBC는 단기 과열 가능성을 경고하며 올해 평균 은값을 38.56달러 수준으로 조정했다.
현재 금은 4100달러대 초반, 은은 48달러대 중반에서 기술적 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은은 금보다 폭등 폭이 빠른 만큼 조정도 클 수 있다”며 “단기적 투기세보다 장기 수요 구조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