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6년 11월 6일,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방문해 다회를 열었던 역사를 기리며 그 흔적을 보존한 건물을 찾았다. 장소는 오카야마현 세토우치시 우시마도초(瀬戸内市 牛窓町), 바다를 마주한 작은 항구 마을이다.
오사카에서 신칸센으로 한 시간, 오카야마역에서 한 시간에 한 대뿐인 전철로 40분, 다시 한 시간에 한 대 오는 버스로 30분을 더 가야 닿는 외딴 곳이다. 그러나 그 고요한 바닷가에는 통신사들이 머물렀던 자취를 소중히 품은 한 건물이 있다.
현재 이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건물주는 방문객에게 “조선통신사 배가 바로 이 앞에 닿았다”고 직접 설명해준다. 그는 통신사 일행이 남겼다며 ‘실타래’를 인연의 상징으로 간직해왔다.
놀라운 것은 일본이 조선에서 받아들인 문명과 문화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더 정성껏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록과 유물을 관리하며 “당시 조선으로부터 문화를 배웠다”는 사실을 감사히 여긴다.
일본은 근대화 과정에서 식민지 지배로 저지른 잘못에 미안함을 표하고 여러 차례 사과도 반복해왔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그들의 과거를 후안무치로만 가르치며 분노를 유지한다. 정의로운 척, 개념 있는 척하는 정치와 언론의 언어가 그 감정을 연명시켜왔다.
세토우치의 이 작은 항구에서 마주한 것은 ‘원망’이 아니라 ‘감사’였다. 우리 조상의 발자취를 정성스레 보존해준 이웃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