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사의를 밝힌 지 하루 만에 차기 총리를 둘러싼 경쟁 구도가 빠르게 짜이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이 가장 먼저 출마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도전에 나서며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고이즈미는 최연소 총리 도전을 내세우지만 국정 경험이 2년여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다카이치는 극우 성향 지지층이 탄탄하지만 중도·진보 진영의 거부감이 커 국회 총리 지명 선거에서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하야시는 외상, 방위상, 문부과학상, 농림수산상 등을 두루 거친 ‘정책통’으로 평가받는다. 2023년 말부터 관방장관으로 내각 2인자 역할을 하며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해 ‘정계의 119’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본 언론은 “화려하진 않지만 안정감 있는 리더십이 강점”이라고 전했다.
하야시는 시모노세키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미쓰이물산을 거쳐 1995년 참의원에 입성했다. 이후 중의원으로 자리를 옮겨 내각 요직을 두루 맡았다. 온건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그는 기시다 전 총리 계보의 지지까지 확보해 출마 선언 직후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국제 정세 불안과 경제 난제 속에서 하야시의 정책 경험과 안정감이 부각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이시바 내각의 한일 관계 개선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그는 지난 5월 도쿄 주일한국대사관 행사에 아내와 함께 참석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한국 문화 교류에 힘을 보였다.
다만 내각의 핵심 인사로서 이시바 사퇴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같은 날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도 공식 출마를 선언하면서 자민당 총재 선거는 ‘다자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선거는 차기 총리와 직결되는 만큼 ‘안정감의 하야시’, ‘개혁의 고이즈미’, ‘우익 결집의 다카이치’, 그리고 ‘원로 모테기’의 대결로 압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