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감소에 성공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2024년 자살자 수가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자살 예방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종교인연대 등 33개 시민단체가 소속된 한국생명운동연대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자살은 사회적 책임, 지자체와 종교계가 앞장서자’를 주제로 제5회 생명존중의 날 기념식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생명존중의 날은 매년 3월 25일로, 생명 존중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한국생명운동연대와 한국종교인연대가 제정한 날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여야 국회의원들은 자살 문제의 심각성과 지자체의 책임 강화를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은 “자살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으며,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도 “자살 문제 해결에는 지역사회와 민간의 역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통계청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자살자 수는 잠정치 기준 1만4439명으로 전년보다 461명(3.3%) 증가했다.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반면 일본의 자살자 수는 2만268명으로 전년 대비 1569명(7.2%) 줄었다.
박인주 나눔국민운동본부 이사장은 기조강연에서 “일본처럼 대통령실에 자살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자체의 자살예방 계획 수립과 센터 설치를 의무화하는 자살대책기본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노우에캔 일본 고치대 교수도 일본의 자살률 감소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은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 제정 이후 총리실 산하 자살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범정부가 협력해 10년간 자살률을 36% 낮췄다. 이 과정에서 전국 지자체에 자살방지대책 수립을 의무화했다.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은 “지역마다 자살 고위험군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함께 지자체의 자발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023년 조사에 따르면 기초지자체 229곳 중 민관협의체를 운영하는 곳은 146곳(63.8%)에 불과했고, 지자체장이 이를 직접 겸임하는 경우는 16곳(7.0%)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줄었다.
양 센터장은 자살예방 기금 확대 필요성도 주장했다. 그는 응급의료기금, 주세, 복권기금 등을 활용해 약 6900억 원 규모의 기금 조성안을 제시하며 “자살률 감소의 실질적 근거가 될 자살예방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국회에는 자살예방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개정안에는 자살예방기본계획 수립 의무 대상을 시·군·구로 확대하고, 지자체 내 자살예방센터 설치와 자살유발 정보 관리, 공공시설 내 자살예방 시설물 설치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양 센터장은 자살 유족과 민간단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자살대책기본법’의 연내 발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