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트의 쌀 코너가 텅텅 비었다. ‘다 팔렸음’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고, 소비자들은 쌀을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 상황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일본의 쌀 품귀 현상이 해를 넘겨 더욱 심화됐다.
쌀 가격은 지난해 대비 평균 70% 상승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두 배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치솟는 쌀값에 일본 가계의 소비지출 대비 식비 비율인 엥겔지수는 28%까지 치솟으며, 4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재기가 불러온 가격 폭등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사재기다. 난카이 지역 대지진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안 심리로 쌀 사재기가 시작됐다. 이후 쌀 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업자들은 더 큰 이익을 노리고 쌀을 사들인 뒤 되팔지 않고 보유하는 형태로 시장에 공급을 제한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의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18만 톤 증가했으나, 정작 농가에서 수거업체로 유입된 물량은 20만 톤 감소했다. 시장에서 쌀이 제대로 유통되지 않으면서 ‘쌀로 투기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정부, 늑장 대응에 여론 악화
일본 정부는 “가을에 햅쌀이 나오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며 관망했지만, 해를 넘겨도 사태가 악화되자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결국 일본 농림수산성은 비축미 일부를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에토 다쿠 일본 농림수산상은 “국민 생활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가격 상승이 급격해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보안상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던 비축 쌀 창고의 모습도 공개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정확한 방출량은 내일 발표될 예정이며, 유통업계에서는 “대량으로 방출하지 않으면 시장 안정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보다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의 조치가 과연 치솟은 쌀값과 품귀 현상을 완화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