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준다면 당연히 거절이죠. 2000만원이라면 고민해 보겠지만, 1500만원 정도면 조금은 생각해볼 것 같네요.” 한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실손의료보험 개혁의 일환으로 2013년 이전에 판매된 1세대 및 초기 2세대 실손보험 계약에 대해 재매입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과거의 실손 계약을 해지하도록 제안하는 방식이다. 강제 사항은 아니며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다. 이번 재매입 대상은 총 1582만 건으로, 이는 전체 실손보험의 약 44%를 차지한다.
가입자들의 계산법
30대 직장인 A씨는 2009년 1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했다. 이 보험은 비급여 치료비 자기부담금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A씨는 손목 통증으로 처음 보험 혜택을 경험했다. 그는 12회의 체외충격파 치료와 80만원 상당의 비급여 주사 치료를 받았는데, 총 치료비 200만원 중 본인 부담금은 한 푼도 없었다.
하지만 A씨의 걱정은 매년 오르는 보험료다. 현재 한 달 보험료는 8만3000원에 달하며, 노년기에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A씨는 재매입 제안에 대해 “보상금이 2000만원 이상이라면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50대 후반 공무원 B씨는 상황이 다르다. 그는 2003년 가입한 ‘0세대’ 실손보험을 유지 중이다. 갱신 없이 월 4만원의 보험료로 평생 유지되며, 65세 이후에는 납입이 면제된다. B씨는 보험사의 제안이 얼마가 되든 계약을 해지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보험사의 고민
보험사들도 머리가 아프다. 생명보험사는 재매입을 통해 실손 계약을 정리하려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손해보험사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비급여 진료비의 급증으로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나며 갱신 시 보험료는 최대 25%까지 오르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가입자가 스스로 높은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해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보험사들은 보상금 책정을 두고 고심 중이다. 한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이 최대 300만원 수준이라 이를 기준으로 2~3배까지는 가능하지만, 1000만원 이상 지급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손보험 개혁은 가입자와 보험사, 금융당국 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가입자들은 보상금 제안에 대한 저울질을 하고 있으며, 보험사들은 효율적인 계약 정리를 위한 전략을 짜는 중이다. 2025년 실손보험 시장의 재편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