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이 최종 결렬되면서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이 현실화 수순에 들어갔다. 경제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21년 만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거론되지만 고용노동부는 “노사 대화가 우선”이라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20일 노동계와 정부에 따르면 중노위는 이날 삼성전자 노사에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이 이를 유보하면서 2차 사후조정이 불성립됐다.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집중 조정에도 핵심 쟁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언젠가 타결돼야 하는 만큼 노사가 합의해 신청하면 밤이든 언제든 응하겠다”며 “크게 한 가지, 작게 두 가지 정도 이견이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 최승호 위원장은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사후조정 절차가 종료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예정대로 적법하게 총파업과 쟁의행위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6단체는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즉각적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따라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치거나 국민 일상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발동 시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노위가 강제 조정 절차에 들어간다.
중노위는 우선 15일간 조정을 진행하고, 타결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추가 15일간 중재 절차를 밟는다. 중재 결과는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가져 노사가 사실상 수용해야 한다.
정부 내부에서도 긴급조정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대국민담화에서 “국민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도 “일부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적당한 선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하며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수출과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삼성전자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국가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이 크다는 점도 긴급조정권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노동부는 여전히 자율교섭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홍경희 노동부 대변인은 “마지막까지 노사 자율교섭으로 해결되도록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며 “긴급조정권을 언급하기에는 아직 성급한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박 위원장 역시 긴급조정권 관련 질문에 “그건 저의 권한이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긴급조정권은 지금까지 단 네 차례 발동됐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05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이었다. 당시에도 항공 운항 차질에 따른 국민경제 피해 우려가 발동 배경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