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면전이 4년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내부 분위기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에너지 인프라가 집중 타격을 받으며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난방과 전력 공급이 마비되고, 전쟁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15일 현지 보도에 따르면 BBC는 게르만 갈루셴코 전 에너지부 장관이 출국을 시도하다가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고 전했다. 그는 기차를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떠나려던 중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목적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갈루셴코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에너지부를 이끌며 전시 에너지 공급을 총괄해 왔다. 그러나 재임 시절 국영 원자력 기업 발주 사업과 관련해 계약금의 10~15%에 해당하는 리베이트를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고, 이에 따라 2025년 11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그를 해임했다. 수사 당국은 갈루셴코 일당이 부당하게 취득한 금액이 1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선 상황도 녹록지 않다. 러시아군은 겨울철을 맞아 발전소와 송전망 등 에너지 기반 시설을 집중 공습하고 있다. 이로 인해 키이우에서는 1600여 채 건물의 난방이 완전히 끊긴 상태로 전해졌다.
수도 수장의 발언도 심상치 않다. Financial Times와의 인터뷰에서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러시아의 인프라 공격이 이어지며 도시가 붕괴 직전 상황에 내몰렸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전황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독립국으로 남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도 내놨다.
그동안 대러 강경 발언으로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클리치코 시장은 최근 들어 조속한 휴전 필요성을 언급하며 기존과 다른 기류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장기전에 따른 피로감과 기반 시설 붕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국제 정세 역시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조속한 평화 협상에 나설 것을 압박하고 있으며, 일부 유럽 국가의 지원 규모도 이전보다 축소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주요 도시를 겨냥한 공습을 이어가며 협상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 4년을 앞둔 시점에서 군사적 압박, 에너지 위기, 내부 부패 수사, 지도부의 비관론이 동시에 맞물리며 우크라이나의 향후 행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