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제주엔 돌도 많다”던 노랫말은 한때 낭만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제주는 낭만보다 질문이 앞선다. 무사증 제도 이후 급증한 중국인 관광객과 함께 범죄, 부동산, 생활물가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며 제주는 관광지의 성공 사례가 아니라 정책 실험의 최전선이 됐다. “이 섬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공공연히 오르내린다.
최근 잇따른 중국인 관광객의 절도·강도·감금 사건은 우발적 일탈로 보기 어렵다. 무사증 제도를 악용해 범행 뒤 즉시 출국하는 구조, 사전 답사와 조직적 범죄 양상은 ‘관광 활성화’라는 명분이 이미 안전과 주권의 문제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 제주의 사례는 지역 뉴스가 아니다. 수도권과 항만도시, 차이나타운을 잇는 전국적 현상이다.
문제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다.
첫째, 무사증 제도는 관광 정책이지 치안 정책이 아니다. 한국은 유치에 열심이지만 사전 위험 분석, 출입국 관리, 사후 추적은 허술하다. 비자 완화와 함께 전자입국 심사, 범죄 이력 연계, 지역별 체류 관리 같은 안전 장치를 병행하지 않으면 제도는 범죄에 취약해진다. 관광과 치안은 동시에 설계돼야 한다.
둘째, 외국인 부동산 취득 문제다. 중국 자본의 제주 토지·주택 매입은 통계를 넘어 체감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물가는 오르고 지역 주민은 밀려난다. 여러 나라가 외국인 주거용 부동산을 제한하는 이유는 시장 안정과 공동체 보호다. 이를 ‘차별’로 치환해 판단을 멈추는 순간, 정책은 공백이 된다. 주권을 지키는 규제는 국가의 기본 책무다.
셋째, 유학생 정책의 질적 붕괴다. 숫자 채우기식 유치는 대학 재정에 단기 효과를 줄 수 있으나 지역사회 갈등, 불법 체류, 취업 시장 왜곡을 키운다. 언어·학업·체류 요건을 엄격히 하고 졸업 후 기여 가능성을 평가하는 체계가 없다면 유학생 정책은 교육이 아니라 수입 사업으로 전락한다.
이 모든 배경에는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친중 실용 외교 기조가 있다. 실용은 필요하다. 그러나 경계선 없는 실용은 종속으로 기운다. 중국은 인적·자본·정보 이동을 국가 전략으로 설계한다. AI, 데이터, 플랫폼, 부동산, 교육까지 장기 포석이다. 이를 읽지 못하면 정책은 어느 날 압력에 의해 움직인다.
더 큰 문제는 언론의 침묵과 선택적 보도다. 외국인 범죄를 말하면 혐오로 몰리고, 정책 실패를 지적하면 극단으로 낙인찍힌다. 질문하지 않는 사회는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제주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외면한 채 “관광 회복”만 외치는 것은 무책임이다.
AI 시대는 냉정하다. 범죄 통계, 부동산 흐름, 체류 패턴, 자본 이동은 데이터로 이미 경고를 보낸다. 부족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이다.
제주는 시험대다. 여기서 실패하면 전국이 따라간다. 협력하되 종속되지 않는 길, 개방하되 통제하는 지혜, 환영하되 주권을 지키는 원칙이 지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