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사임 선언 이후 자민당 차기 총재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됐다. 현재 주목받는 인물은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다.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19.3%의 지지를 얻으며 공동 1위를 기록했다.
다카이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한 대표적 극우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총재 선거 당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하겠다고 공언했고, 참배를 비판하는 주변국을 향해 “우리가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가 버릇없이 군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본군의 강제동원 책임을 부인했다. 지난해 8월 15일 패전일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며 보수층 결집을 노렸다.
반면 고이즈미는 비교적 온건한 이미지로 알려졌으나, 당내 기반이 약해 총리로 선출될 경우 강경 보수 세력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시바 총리가 당내 역학관계 속에서 결국 퇴진에 이른 사례가 그에게는 경고가 된다.
이시바 총리는 과거사 인식에서 비교적 온건했고 야스쿠니 참배에도 비판적이었다는 점에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 여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다카이치가 총리직에 오른다면 과거사 문제와 대외정책에서 보수 노선을 강화할 공산이 크다. 이는 한일 관계를 불확실하게 만들 뿐 아니라, 한미일 협력과 북핵 대응에도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민당은 사임 발표 후 3주 이내에 총재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이달 중순이면 차기 총리가 확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