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3세 계승, 프란치스코 교황 뜻 잇겠다는 의지도
“AI 혁명 시대, 교회 사회교리 역할 재정립” 강조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교황명에 담긴 뜻을 밝히며, 인공지능(AI)의 발전이 가져올 윤리적 위협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우려를 핵심 이유로 꼽았다.
레오 14세는 10일(현지시간) 바티칸 시노드홀에서 추기경들과 가진 첫 공식 대화 자리에서 “첫 번째 산업혁명 시기 노동 문제에 대응했던 레오 13세의 사회교리 정신을 이어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인공지능은 인간 존엄성과 사회 정의, 노동 등 새로운 도전을 교회에 던지고 있다”면서 “교회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사회 교리를 재정립해 AI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오 14세가 언급한 레오 13세(재위 1878~1903)는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 권익 문제가 심각하게 부상하자 교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1891년 역사적 회칙인 ‘레룸 노바룸(Rerum Novarum·새로운 사태)’을 발표하며, 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노동조합 설립 인정 등 현대 가톨릭 사회교리의 초석을 놓았다. 레오 14세의 이번 교황명 선택은 이와 유사하게 AI가 가져올 사회적 위협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레오 14세는 이 자리에서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G7 정상회의 등을 통해 자율적인 판단 능력을 지닌 ‘AI 킬러 로봇’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인간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한 바 있다.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봉사와 절제, 본질적 삶을 통해 우리에게 모범을 보이셨다”며 “그의 유산을 충실히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그는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을 참배하기도 했다.
한편, 레오 14세는 지난 8일 추기경단 비밀회의인 콘클라베에서 133표 중 최소 필요 득표인 89표를 크게 웃도는 100표 이상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마다가스카르의 데지레 차라하자나 추기경은 “새 교황께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으며, 유흥식 추기경 역시 “네 번째 투표에서 레오 14세로 표심이 급격히 몰렸다”고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