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 신정호 호수공원에 설치됐던 평화의 소녀상이 최근 아산시의 조치로 인해 사전 협의 없이 인근으로 옮겨져 시민사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번 사태를 “사실상 강제 철거”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원상 복구와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아산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6년 3월, 시민 2000여 명과 152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자발적으로 조성한 상징물이다. 당시 어린 학생들까지 용돈을 보태 참여할 만큼 지역사회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 세워졌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상기시키는 역사적, 인권적 상징물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박경귀 전 아산시장 재임 시절인 지난 1월, 아산시는 ‘신정호 키즈가든·하늘길 조성 사업’을 착수하면서 공사 편의를 이유로 3월 중순경 소녀상을 인근으로 ‘이동 조치’했다. 아산시는 이에 대해 “공사를 위한 일시적인 조치”라며 “공사 후 공원 내부에 복구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장명진 아산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는 14일 아산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녀상 설치 주체와 어떤 사전 협의나 통보도 없었다”며 “역사적 상징을 행정 편의로 일방 철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화가 나서 잠을 이룰 수 없다”며 “이 상징물은 시민들의 자발적 연대와 참여로 세워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아산시는 시민단체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소녀상을 철거했다”며 “이는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상기시키는 공공기억의 공간을 행정 편의로 훼손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공사 추진 전 충분한 소통과 협의가 있었다면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즉각적인 원상 복구와 시민 대상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아산시 관계자는 “시민들과 충분한 소통을 하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며 “공사가 끝나는 대로 공원 내부 적절한 장소에 소녀상을 복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4월 2일 재선거로 당선된 오세현 아산시장은 이날 ‘아산 성웅 이순신 축제’ 기자회견 자리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을 처음 밝혔다. 그는 “해당 조치는 전임 시장 시절에 이미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시민사회와 충분히 논의하며 더 나은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시민 참여로 세워진 역사적 상징물에 대한 지방정부의 일방적 결정이 어떤 갈등과 파장을 야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