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를 맞은 한국 사회에서 시니어 주거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급 확대보다 중산층 고령층을 위한 실질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였다.
1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은퇴자가 온다! 초고령사회 대비 시니어 주거 혁신전략 토론회’가 열렸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과 한국시니어하우징협회 출범준비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학계·정부·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시니어 주거의 현황과 과제를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중산층을 위한 실효적 모델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데 공감했다. 박동현 전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장은 “시니어 하우징은 단순한 주택이 아닌 돌봄과 건강, 사회적 연결이 결합된 복합 공간이어야 한다”며 “현 시장은 공공 지원 부족과 수익성 중심 개발로 인해 저소득층 복지시설과 고소득층 프리미엄 하우징으로 양극화돼 중산층이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법적 지위 불분명, 인허가 규제, 세제 혜택 미비 등 제도적 한계도 언급하며, “공공이 인증한 운영사 체계 구축과 장기 운영을 위한 금융·정책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광재 한국주거학회장은 “시니어 주거는 주택이 아니라 복지 상품”이라며 “복지부와 국토부의 협업이 필수다. 도시 내 토지 활용, 폐교·빈집 재활용, 용적률 혜택 등으로 중산층 대상 모델을 마련해야 하며, 일본처럼 소규모 단지 중심의 지속 가능한 운영모델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측에서는 허경민 국토교통부 주거복지정책과장이 발표자로 나서 “실버스테이를 중산층용 모델로 육성 중”이라며 “LH 택지공급과 주택도시기금 융자, 혼합형 세대단지 등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현우 서울시립대 연구원은 “노인의 생존은 이동성과 직결된다”며 “도심 중심의 K-CCRC(한국형 은퇴자 커뮤니티)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미홍 LH토지주택연구원 실장은 “은퇴자마을은 입지와 의료 인프라, 사업성 확보 등이 관건”이라며 “AIP(Aging In Place) 수요에 맞춰 자택 중심 모델과 지방대학 활용 UBRC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희정 웰에이징연구소 대표는 “시니어 주거는 ‘플랫폼형’ 모델로 전환돼야 한다”며 “복지·기술·도시계획이 통합된 주거 생태계가 필요하다. 건강수명 연장을 중심에 둔 새로운 관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엄태영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은퇴 후 삶의 질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과제”라며 “한국형 은퇴자 마을 개념 정립과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