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의료 행위 중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 유족과 합의하면 의료진의 형사 처벌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한, 단순 과실로 인한 사망사고의 경우 사고 당시의 긴급성과 구명 활동 등을 고려해 형을 줄이거나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19일 열린 제8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방안에는 공적 의료사고 배상·보상 체계를 구축해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신설…150일 내 중과실 판단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사법적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칭)를 신설한다. 이 위원회는 의료계, 법조계, 소비자 단체 등 약 20명의 전문가로 구성되며, 의료사고 발생 시 150일 이내에 필수의료 행위 여부와 중과실 여부를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의료진 소환 조사를 자제하도록 법제화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의료사고 관련 1심 판결까지 평균 42개월이 소요돼 의료진이 고위험 필수진료를 기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수술 부위 착오와 같은 중대 과실이 아닌 경우 기소 자제를 권고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의료사고 특화 사법체계를 구축해 중대 과실 여부를 보다 명확하게 판단할 예정이다. 다만, 해당 사법체계는 의료기관이 책임보험에 가입하고, 의료분쟁 조정제도에 적극 참여하며, 진료기록을 적절히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의료사고 사법 체계 개편…필수의료 사망사고 ‘반의사불벌’ 적용
정부는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사고에 대해 필수의료 분야에 한해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검토한다. 현재는 경상해에만 반의사불벌 조항이 적용되지만, 이를 중상해로 확대하고 사망사고의 경우 필수의료 분야에 한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적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한, 단순 과실로 인한 필수의료 사망사고는 긴급성과 구명 활동 등을 고려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의료기관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국가 배상 책임 확대
정부는 의료사고에 대비해 모든 의료기관이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5억 원 이상의 필수의료 특별배상 보험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진료과목별 보험료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고위험 필수진료과와 저위험 진료과 간 보험료 격차를 완화할 방침이다.
현재 일부 고위험 진료과의 경우 보험료율이 다른 진료과보다 10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체 의료기관의 책임보험 가입을 유도해 ‘리스크 풀링(위험 분산)’ 효과를 극대화하고, 진료과 간 보험료율 차이를 5배 미만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환자 사망 등 중대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조정 결과에 따라 보험사가 배상금을 반드시 지급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필수진료과의 보험료를 일부 지원하고, 최대 3억 원까지 국가가 지원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을 분만 외에도 다른 진료과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의료사고 예방 체계를 강화하고, 의료기관의 예방 노력에 따라 책임보험료 산정 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의료사고 예방 및 사후 지원 강화
정부는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와 의료진 간 초기 소통을 법제화하고, 의료진의 유감 표명이 수사나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보호할 계획이다. 또한, 사고 발생 시 환자와 의료진의 정신적 충격을 고려해 심리 상담 및 소통 교육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의료분쟁조정제도 개선을 위해 감정위원 풀을 현재 300명에서 1,000명으로 확대하고, ‘국민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 의료분쟁 조정의 투명성을 높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