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 ‘명성황후’가 30주년 기념 공연으로 돌아왔다. 화려한 무대와 탄탄한 캐스팅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지만, 작품이 안고 있는 한계도 여전히 남아 있다.
1995년 초연된 ‘명성황후’는 이문열 작가의 희곡 ‘여우사냥’을 원작으로 한다. 이후 꾸준한 재공연을 거듭하며 2000년대에는 뉴욕과 런던 무대에도 올랐다. 이번 시즌 공연에서는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국내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작품은 임오군란(1882)과 명성황후 시해 사건(1895)을 중심으로 한 팩션(faction·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허구) 뮤지컬이다. 회전 무대와 LED 패널을 활용한 영상 효과는 조선 왕실의 웅장함과 격동의 시대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또한 무과시험 장면, 명성황후의 수태굿 등 전통 퍼포먼스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소현과 신영숙은 섬세한 연기와 가창력으로 극을 이끌고,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차지연 또한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러나 작품이 안고 있는 한계도 여전하다. 명성황후와 민씨 일가의 부정부패 문제는 대사로만 간략하게 언급될 뿐, 실질적으로 깊이 다뤄지지 않는다. 또한 극의 전개가 조선 왕실과 열강들의 정치적 갈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역사 속 백성들의 존재감이 미미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마지막 넘버 ‘백성이여 일어나라’는 조선의 미래를 위해 백성들이 목숨을 걸고 맞설 것을 강조하지만, 정작 서사 전개 과정에서 백성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조명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메시지의 울림이 다소 약해지는 문제가 있다.
다만 30년을 거치며 작품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초연 당시에는 명성황후를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역사 왜곡 논란이 있었고, 대사 없이 노래만으로 극을 이끄는 ‘성 스루 뮤지컬’ 방식에 대한 서사적 약점도 지적됐다. 그러나 이후 시즌을 거듭하며 넘버와 대사를 보완해 왔고, 약점을 보완하면서 한국 창작 뮤지컬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명성황후’는 여전히 한국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30주년 공연이 남은 한계를 극복하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연은 오는 3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