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소방본부 소속 소방관들이 사고 피해자를 돕기 위해 시작한 ‘119원의 기적’ 캠페인이 5년 만에 12억 원이 넘는 기금을 조성하며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16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이 캠페인을 통해 모인 기금은 총 12억3천여만 원에 달한다. 첫해 2천400만 원을 시작으로 해마다 모금액이 증가해 2023년에는 2억9천만 원, 지난해에도 2억6천만 원이 모였다.
하루 119원씩, 4천500명이 5년 동안 만든 ‘기적’
‘119원의 기적’ 캠페인은 각종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마주하는 소방관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소방관들은 매일 119원씩 기부해 예상치 못한 화재나 사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매일 119원이라는 적은 금액이지만, 이 캠페인에 참여한 소방관과 기업 임직원, 자영업자 등 4천500명이 힘을 모아 5년 동안 큰 금액을 조성했다. 이 중 소방공무원 참여자는 2천400명에 달한다.
화재 피해 가정 96곳에 4억2천만 원 지원
그동안 모금액 중 4억2천만 원이 화재나 사고 피해를 본 96가구에 전달됐다.
2021년 4월, 인천에서 세 자녀를 키우던 한 부부는 새벽에 난 화재로 집의 절반이 불에 탔으나,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7천만 원이 넘는 피해를 떠안아야 했다.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은 이 가족에게는 친척 집에서 머물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고, 대피 과정에서 화상을 입은 아버지와 첫째 딸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인천소방본부는 이 가정에 의료비와 긴급 생계비로 350만 원을 지원했다.
2020년에는 어머니가 외출한 사이 불이 나 화상을 입은 10살, 8살 형제에게 500만 원이 지원됐다. 당시 8살 동생은 온몸에 1도 화상을 입은 후 37일 만에 숨졌고, 10살 형도 3도 화상을 입어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형제가 라면을 끓이려다 화재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주방 가스레인지를 켜둔 상태에서 가연성 물질을 가까이 둔 것이 불길로 번진 원인이었다.
수혜 대상 확대 논의…사각지대 없앤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는 지원 기준에 맞지 않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현재 119원의 기적 캠페인은 기초생활수급자, 홀몸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을 지원 대상으로 정하고 있어 형편이 어려워도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원받을 수 없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피해자를 만나다 보면 지원이 절실하지만, 규정상 도움을 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후원 대상 확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방본부는 취약계층이 아니더라도 전소 피해를 본 가구에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거나 화상을 입은 아동에게 치료비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국으로 확산되는 기적”
‘119원의 기적’은 인천에서 시작됐지만, 현재는 다른 지역 소방본부로도 확산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는 조만간 운영 규정을 개정해 수혜 대상을 확대하고, 보다 많은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한 사람의 작은 정성이 모이면 큰 기적을 만들 수 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시민과 기업이 참여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