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은 수녀들’이 개봉 초반 강력한 흥행을 기대했으나, 설 연휴를 지나며 경쟁작 ‘히트맨2’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여기에 나무위키 차단이라는 논란까지 더해지며 영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박스오피스 1위에서 밀려난 ‘검은 수녀들’
3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검은 수녀들’은 개봉 후 엿새 동안 101만 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2위에 자리했다. 개봉 직후 사흘간 1위를 유지했지만, 4일 차부터 ‘히트맨2’에 밀려 선두 자리를 내주었다.
개봉 전까지는 ‘검은 수녀들’이 우위를 점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배우 송혜교의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라는 점과 2015년 흥행작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송혜교는 다양한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관객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영화는 개봉 후 혹평에 시달리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보이고 있다. 관객들의 실관람 평점은 6점대, 네티즌 평점은 5점대(네이버 기준)로, 경쟁작들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컬트 장르 특유의 호불호를 넘어, 작품의 완성도 자체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나무위키 차단, 논란 자초한 ‘악수’
흥행 부진보다 더 큰 논란을 일으킨 것은 제작사 측의 이해할 수 없는 정보 통제 시도였다. ‘검은 수녀들’ 측은 개봉 전 각본가의 이름을 숨겼고, 개봉 후 5일 차에는 돌연 나무위키 문서의 열람을 차단했다.
제작사 측은 “스포일러 방지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부족했다. 반전이 중요한 영화들조차 개봉 후 나무위키를 차단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SNS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통한 스포일러 확산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나무위키 차단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나무위키는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를 열람하고 수정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제작사 측의 차단 조치는 부정적 평가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비판이 거세지자 개봉 6일 차에 다시 열람을 허용했다.
논란 속에서도 손익분기점 도달 가능성은 높아
‘검은 수녀들’의 제작비는 103억 원으로, 개봉 전 160개국 선판매를 통해 손익분기점을 160만 명 수준으로 낮췄다. 개봉 일주일 만에 반환점을 돈 만큼 제작비 회수 가능성은 크지만, 개봉 전후의 불필요한 논란이 영화의 장기 흥행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보가 자유롭게 공유되는 시대에 불필요한 감추기는 역풍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검은 수녀들’의 사례는 작품의 흥행을 떠나, 콘텐츠 제작사들이 정보 통제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