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이 숨진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와 관련해 경영책임자에게 내려진 항소심 판결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던 대표이사가 항소심에서 형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중대재해 처벌의 실효성 논란이 재점화됐다.
수원고법 형사1부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는 1심 징역 15년을 파기하고 약 70% 이상 감형한 판단이다.
이번 사건은 2024년 6월 경기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에서 비롯됐다. 당시 공장 내 연쇄 폭발로 외국인 노동자 등을 포함해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표적 참사로 기록된 사건이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안전관리 부실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비상구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고 소방훈련도 이뤄지지 않았다. 고위험 공정에는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가 불법 파견 형태로 투입됐다. 여기에 방화벽 철거, 대피로 차단 등 구조 변경까지 겹치며 피해가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항소심에서도 핵심 쟁점은 박 대표가 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1심과 동일하게 이를 인정했지만, 형량에 대해서는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징역 7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역시 1심 징역 15년에서 절반 이상 줄어든 결과다. 나머지 임직원들에게는 집행유예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이 내려졌다.
유가족들은 판결 직후 강하게 반발했다. 다수 인명 피해에도 불구하고 경영진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다. 검찰 역시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구형하며 엄중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억지력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을 다시 촉발시킬 전망이다. 법 시행 이후에도 반복되는 대형 산업재해와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 사이의 괴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