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茶) 음료 브랜드들이 ‘밀크티’를 앞세워 한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차백도, 미쉐, 헤이티에 이어 빠왕차지까지 서울 핵심 상권에 매장을 준비하면서 중국식 ‘신차음’(新茶饮) 브랜드의 공습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커피 중심 소비 구조와 빠른 유행 사이클이라는 한국 시장 특성 때문에 장기 정착 가능성에는 의문도 제기된다.
중국 차 브랜드 빠왕차지(霸王茶姬)는 2026년 2분기 서울 강남·용산·신촌에 매장 3곳을 동시에 개점할 계획이다. 2017년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설립된 이 브랜드는 2025년 기준 전 세계 약 73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차 음료 기업이다. 중국 전통 차를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음료와 중국 문화 이미지를 결합한 브랜드 전략으로 성장했다.
빠왕차지는 2025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한때 시가총액 약 60억달러 수준까지 평가받았고 현재는 약 20억달러 규모다. 2025년 1~3분기 누적 매출은 약 99억위안에 달했다.
이들 브랜드는 중국에서 ‘신차음’으로 불린다. 생과일, 치즈폼, 매장에서 우린 잎차 등을 결합한 프리미엄 음료 카테고리로 2010년대 초 중국에서 등장했다. 분말 베이스 버블티와 달리 신선한 원재료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한국에는 여러 신차음 브랜드가 진출해 있다. 미쉐빙청은 2006년 설립된 중국 브랜드로 아이스크림과 밀크티를 3~4위안 수준의 초저가 전략으로 판매하며 성장했다. 전 세계 매장 수는 약 5만3000개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서는 대학가 중심으로 1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차백도 역시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홍콩 디저트 망고 폼멜로 사고를 음료 형태로 재해석한 메뉴로 중국에서 인기를 얻었으며 2024년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한국에는 2024년 진출해 해외 매장 가운데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헤이티는 중국에서 신차음 열풍을 촉발한 브랜드로 평가된다. 치즈폼과 과일 음료를 결합한 메뉴로 중국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으며 서울 강남, 명동, 홍대 등 주요 상권에 매장을 열었다.
중국 차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자국 시장의 과열 경쟁이 있다. 중국체인경영협회와 메이퇀 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 내 신차음 매장은 약 51만5000개로 2020년보다 3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약 15만 개의 밀크티 매장이 폐점하는 등 경쟁 심화로 구조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브랜드들은 동남아와 북미, 한국 등 해외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쉐빙청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4000개 이상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헤이티 역시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등 주요 국가에 진출했다.
한국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차 음료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소비자 특성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차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1조1000억원에서 2025년 약 1조58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프리미엄 음료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소비 환경도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 시장 정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한국은 여전히 커피 소비 비중이 압도적인 시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이미 10만 개를 넘어섰고 저가 커피 브랜드의 확산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밀크티 브랜드의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다. 국내 밀크티 시장 1위 브랜드인 공차의 매출은 최근 몇 년간 감소세를 보였고 영업이익 역시 크게 줄었다.
유행 주기가 짧은 소비 환경도 변수다.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대만 밀크티 브랜드 타이거슈가는 2020년 약 50여 개 매장에서 2024년 3개 수준으로 급감했다.
다만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차 음료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2025년 20대 소비자의 티 음료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해 전체 티 음료 성장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한국 차 음료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속적인 제품 경쟁력과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