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스위스의 산업용 로봇 제조사 ABB의 로봇사업부를 약 54억달러(약 7조7천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손정의 회장이 구상해온 ‘AI와 로봇의 융합’ 전략이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복수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ABB와 로봇사업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ABB는 수익성이 높은 전기화 부문에 집중할 방침이다. ABB 주가는 취리히 증시에서 장중 3% 이상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소프트뱅크 주가는 도쿄 증시에서 2%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인수가가 다소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ABB는 당초 2026년 해당 부문을 분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이었으며, 당시 예상 가치는 40억달러 수준이었다. 이번 54억달러 인수는 ABB 투자자들에게는 호재로 평가된다.
손정의 회장은 오픈AI·오라클과 협력해 미국 내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며, 이번 인수로 ‘AI의 물리적 구현(Physical AI)’이라 불리는 산업 로봇 분야 진출을 강화하게 됐다.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가 연 8% 성장세를 보이는 750억달러(약 107조원) 규모의 글로벌 로봇 시장에 본격 진입한다”고 분석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로봇 관련 자회사들을 통합해 ‘로보HD(Robo HD)’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물류 로봇 전문 버크셔그레이, 산업용 로봇 스타트업 애자일로보츠, AI 기반 제어시스템 개발사 스킬드AI 등 12개 이상 계열사를 한데 묶었다.
손정의 회장은 2014년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를 공개하며 일찍이 로봇 산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후 시장 수요 부진으로 생산을 중단했지만, 이번 인수로 산업용 자동화와 AI 기반 로봇 기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성장 축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BB 로봇사업부는 현재 중국, 미국, 스웨덴 등지에 생산 허브를 두고 있으며, 소프트뱅크는 이를 활용해 미국 내 AI 제조 허브 건설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