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한국인 3세 이상일 감독이 일본 영화계에 새 역사를 썼다. 그의 신작 ‘국보’가 일본에서 142억엔(약 1343억원)의 흥행 수입을 거두며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일본 극영화로는 2003년 ‘춤추는 대수사선 2: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 이후 22년 만의 기록이며, 전체 일본 극영화 흥행 순위 2위, 애니메이션을 포함하면 14위에 올랐다.
‘국보’는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원작으로, 야쿠자 집안에서 태어나 가족을 잃은 주인공 기쿠오(요시자와 료)가 가부키 명인 하나이 한지로(와타나베 겐)에게 배우며 온나가타(여성 역할 전문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전통 가부키 무대 ‘세키노토’ ‘소네자키 신주’ ‘백로 아가씨’ 등을 화려하게 재현하며 세습 중심의 가부키 세계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경쟁과 우정을 묘사했다.
올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도 초청된 이 작품은 초반 느릿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기쿠오와 하나이의 아들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 사이의 갈등과 화해가 극 후반부 깊은 울림을 남기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상일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에서 “가부키는 영화로 만들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어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배우들이 연기 인생을 걸고 임한 점이 관객들에게 전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작품은 장궈룽 주연의 ‘패왕별희’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도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학창 시절 ‘패왕별희’의 충격이 제 안에 남아있을 뿐 직접적으로 연결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훌라걸스’ ‘악인’ ‘분노’ 등으로 사회 주변부의 인물을 꾸준히 다뤄온 연출가다. 그는 “아웃사이더에 관심이 가는 건 제 출신과 무관하지 않다”며 “다만 그것이 작품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관객의 상상에 맡기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