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에 대한 전국적 효력 정지를 해제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일부 주에서는 앞으로 미국에서 태어나도 시민권이 자동 부여되지 않는 상황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금지 정책에 대해, 일개 하급 법원이 전국적으로 정책의 시행을 막는 ‘전국적 가처분(nationwide injunction)’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관 9명 중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찬성하고,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이 반대한 끝에 이뤄졌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출생시민권 자체의 위헌 여부가 아니라 하급 법원의 효력 중단 결정이 전국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에 따라 이번 결정으로 가처분 효력을 받아낸 22개 주와 워싱턴DC를 제외한 나머지 28개 주에서는 30일 후부터 출생시민권 금지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직후 불법 체류자나 임시 체류자 신분인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자동 시민권 부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해당 명령이 발표되자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22개 주와 워싱턴DC가 즉시 위헌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하급심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전국적인 효력 중단을 명령한 바 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전국적 가처분은 의회가 연방법원에 부여한 권한을 초과하는 것”이라며 하급 법원의 전국적 효력 중단 결정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반해 진보 성향의 커탄지 잭슨 대법관은 소수 의견에서 “이번 판결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헌법적 권리까지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자신의 SNS에 “거대한 승리”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번 판결로 인해 출생시민권 금지 효력이 유지되는 주는 텍사스, 플로리다, 오하이오 등 28개 주이며, 금지 정책이 중단된 지역은 캘리포니아, 뉴욕, 일리노이, 뉴저지 등 민주당 성향의 22개 주와 워싱턴DC다. 이로 인해 앞으로 미국 내에서는 출생 지역에 따라 시민권 부여 여부가 달라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