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령자들이 건강보험료와 소득세로 인해 실질적으로 받는 돈이 크게 줄면서 노후생활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최근 건강보험료 부과기준 개편으로 인해 연금 수령으로 자녀의 직장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사례가 급증해 은퇴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17일 발표한 ‘건강보험과 연금소득 과세가 국민연금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시행된 건강보험료 2단계 개편 이후 연금수령으로 인해 약 24만9000가구가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부담할 추가 건강보험료는 연평균 264만원(월평균 약 22만원)에 달한다.
또한 연금의 종류에 따라 건강보험료 부담이 크게 달라지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은 건보료 부과 대상이지만 기초연금이나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에는 건보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총소득이 같아도 국민연금 의존도가 높은 경우 부담이 증가하는 구조다.
보고서는 월 200만원을 모두 국민연금으로 받는 경우가 국민연금 100만원과 퇴직연금 100만원을 나눠 받는 경우보다 더 많은 건보료를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세금 문제도 있다. 기초연금은 비과세이지만 국민연금은 과세 대상이라, 같은 연금액을 받더라도 국민연금 수령자가 기초연금 수급자보다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금액이 적어지는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연금 수령 시점 선택에도 영향을 준다. 상대적으로 연금액이 높은 사람들이 건보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조기노령연금을 선택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으며, 이 경우 최대 30%까지 줄어든 연금을 평생 받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연금 보장성을 평가할 때는 명목 수령액이 아니라 세금과 건보료 등을 제외한 ‘순연금소득’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정책 개선 방안으로 △건강보험료 산정 시 국민연금 소득에서 기초연금액 공제 △주택연금을 주택금융부채 공제에 포함 △연금 수급 예정자에게 사전 세금·건보료 부담 정보를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