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이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만 관련 입법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원화의 경제적 주권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상원은 20일(현지 시간)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위한 ‘지니어스(GENIUS)’ 법안의 토론 종결 투표를 66대32로 통과시켰다. 이는 본회의 표결을 위한 핵심 관문으로, 법안 통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명문화하고, 이해충돌 방지 및 빅테크의 발행 제한 등을 포함하고 있어 달러 패권 강화를 위한 핵심 입법으로 주목된다.
일본 역시 은행 주도의 ‘프로젝트 팍스(Project Pax)’를 중심으로 엔화 스테이블코인 상용화를 연내 추진 중이다. 미즈호, SMBC, MUFG 등 메가뱅크들이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송금 혁신을 목표로 하며, MUFG는 시장 규모가 7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일본 내 규제를 충족하는 발행 플랫폼 ‘프로그맷 코인’ 개발도 막바지 단계에 있다. SMBC는 아발란체 블록체인과 협력 중이며, 서클은 이미 USDC를 일본에 출시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법적 기반이 미비한 상황이다. 금융 당국은 하반기 2단계 가상자산 법안에 스테이블코인을 포함시킨다는 입장이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 일정 속에서 입법 속도는 지지부진하다. 정치권 내에서도 입장차가 뚜렷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긍정적이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실효성에 회의적이다.
전문가들은 미·일과 EU가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통화 패권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럽연합의 ‘가상자산시장법(MiCA)’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소재지, 유동성 보장, 스트레스 테스트 의무화 등 강력한 규제를 통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을 견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