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파주시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강제 철거 사태와 관련해 성노동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 침해를 공식 제소한다.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생존권·주거권 침해 문제를 놓고 국내외에서 연대가 확산되고 있으며, 사태는 국제적인 인권 의제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용주골 성노동자 여종사자모임 ‘자작나무회’와 시민단체 ‘주홍빛연대 차차’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노동자의 인권 보호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성노동자도 인간으로서 기본권을 지니며, 강제 철거는 국제 인권 기준에 명백히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제소는 유엔여성기구(UN Women)의 답신을 계기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유엔여성기구는 “성노동자와 협의 없이 추진되는 정책은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정책 수립은 반드시 당사자와의 논의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지난달 말까지 시민사회단체 43곳과 개인 961명 등 총 1,004명이 연대 서명에 참여했다.
이러한 흐름은 국외로도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성노동자 인권 단체 ‘Project X’는 본보에 이메일로 “용주골 강제 퇴거는 명백한 인권 침해”라며, “오랜 세월 그곳에서 일하고 거주해 온 이들에게 세입자로서 보호와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2008년부터 법률 상담, 건강 정보 제공 등을 통해 성노동자들의 권리 보장 활동을 해오고 있다.
Project X는 특히 용주골 사태가 성노동 공동체를 해체하고 이들을 더욱 음지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계자는 “성노동을 없애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보호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는 성노동자를 지우기보다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내 유사 사례도 용주골과 비교됐다. 과거 성매매 지역이었던 오차드타워, 켕식로드 등에서는 당사자와 협의 없이 단속과 이미지 개선 명분 하에 성노동자들이 축출됐고, 이는 곧바로 생계의 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국 내 이중적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Project X 측은 “최근 넷플릭스 프로그램 ‘Risque Business’에서 한국 진행자들이 암스테르담의 성산업에 감탄하는 장면을 보고 아이러니를 느꼈다”며 “해외에서는 성노동을 공공 관리하되, 한국은 정반대로 강제 축소와 제거만을 추구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주홍빛연대 차차는 “성노동자가 불법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사회적 대화에서 배제되어 왔다”며 “이번 연대 흐름은 혐오와 고립을 넘어서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 여성 단체들 역시 용주골 사태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연대를 보여주길 바란다. 성노동자도 주거와 생존을 보장받아야 할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용주골 강제 철거 문제는 단순한 도시 미관이나 정비 문제가 아닌, 사회적 약자의 권리와 존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인권위의 판단과 이후 정부 및 지자체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