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아시아 투자자들이 무역 갈등 속에서 상대적인 안전지대를 찾고 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3주 동안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을 대상으로 수많은 관세 정책을 발표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며 “아시아 투자자들은 무역 전쟁에 따른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 투자처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협상의 핵심 도구로 인식되지만,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고 있으며, 중국 AI(인공지능) 테마, 배당주가 강한 호주·싱가포르, 내수 기반이 탄탄한 인도·인도네시아 등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 AI 산업 기대감 속 강세…호주·싱가포르 배당주도 인기
특히 중국에서는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부상하며 기술 관련 주식이 강세를 보였다. 이 영향으로 홍콩 항셍테크지수는 기술적 강세장에 진입했다. DBS은행의 조앤 고 선임 투자 전략가는 “중국 주식 시장은 변동성이 크지만, 여전히 저평가된 기술 기업들이 많다”며 “AI 붐이 지속되면서 중국 기술력에 대한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배당주 중심의 호주·싱가포르 시장도 관심을 끌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배당주 지수는 지난해 15% 상승해 아시아 평균(12%)을 상회했다. 향후 12개월 동안 예상되는 배당수익률도 싱가포르 4.9%, 호주 3.4%로, 아시아 평균(2.5%)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 의존도 낮은 인도·인도네시아도 ‘관세 리스크’ 적어
내수시장이 크고 수출 의존도가 낮은 국가도 트럼프 관세정책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3년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각각 21.9%, 21.8%로, 세계 평균(29.3%)을 밑돌았다.
매뉴라이프의 머레이 콜리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인도는 경제 펀더멘털이 강하고 실질금리가 높아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무역적자가 상대적으로 작아 미국이 인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인도 국채 투자 수익률은 6.8%로, 같은 기간 신흥국 평균(2%)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은 왜 언급되지 않았나?
이번 블룸버그 분석에서 한국은 주목받는 투자처로 거론되지 않았다. 한국은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미국의 관세 정책이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반도체 등 핵심 수출품목이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민감해 장기적인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0일 또는 11일부터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7일 미·일 정상회담 후 “우리에게 부과하는 만큼 똑같이 관세를 매길 것”이라며 “이것이 공정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9일 NHK 인터뷰에서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자동차 관세나 방위비 증액 요구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은 이번 회담을 통해 관세 문제에서 한숨 돌렸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향후 통상 정책을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