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권력 중 하나는 각계각층의 인물정보에 대한 해박함에서 비롯된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도 정계, 재계, 학계 등 각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는 인물들에 관해 자세한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 이는 대통령이 청와대와 국가정보기관 등 정보기관에서 제공하는 ‘존안(存案)자료’를 수시로 접하기 때문이다.
‘존안자료’는 대통령이 주목하는 인물에 대한 모든 정보를 시험 답안지처럼 담고 있는 인사정보파일이다. 축재, 축첩, 술버릇 등 개인의 사생활부터 공적 업무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가 망라되어 있다. 이러한 인사파일을 6개월 정도 읽으면 권력 안팎의 주요 인물에 정통해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그러면 이 존안자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정보기관은 신문, 방송 등 공개 자료와 정보원이 발로 뛰어 수집한 비공개 자료를 활용해 존안자료를 생산한다. 하지만 공개 자료는 이미 대통령이 접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보기관은 대통령이 모를 만한 비공개 정보를 한 줄이라도 더 추가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도청, 미행, 매수, 회유 등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며, 이렇게 수집된 동향정보는 정보기관 내의 ‘존안국(局)’이나 ‘존안실(室)’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이는 결국 민간인 및 정치인 사찰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존안자료는 최고권력자의 취향을 따라가며, 대통령이 적대적 평가를 내린 인물에 대해 정보기관이 호의적으로 묘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렇듯 정보기관의 생리는 정권의 코드에 부합하는 것이 최대 기준이다. 과거 권위주의적 통치자들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악용해 정권을 유지했다. 정보기관이 축적한 자료로 도전세력의 약점을 찾아내 탄압의 수단으로 삼는 ‘정보통치’가 탄생한 이유다.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서 정보기관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개인정보보호법 강화와 정보기관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이러한 존안자료의 생산과 활용에 제약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존안자료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국가권력의 그늘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 있다.
최근 존안자료와 관련된 이슈
최근 존안자료와 관련된 몇몇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되며 다시 한번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일부 고위 공직자와 유명 인사에 대한 과도한 사찰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정부와 정보기관의 투명성과 인권 존중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존안자료의 미래와 역할
존안자료의 활용이 과거만큼 자유롭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최고권력자에게는 유용한 정보 수단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보기관의 역할은 대통령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데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