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코스닥 시장 부실기업 정리에 속도를 낸다. 시가총액 요건을 대폭 높이고, 동전주 상장폐지 제도를 신설해 저성과·좀비기업을 조기에 퇴출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코스닥에서만 150개사 안팎, 많게는 200개 이상이 상장폐지 대상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원회는 12일 한국거래소와 함께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장기간 누적된 한계기업 문제를 정리해 시장 신뢰를 높이고, 상장 유지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상장폐지 기준을 전반적으로 앞당기고, 단기 주가 부양을 통한 형식적 요건 충족을 차단하는 데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은 올해 초 4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이미 상향됐다. 여기에 더해 2026년 7월 200억원, 2027년 1월 30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높인다. 상향 주기도 기존 연 단위에서 반기 단위로 단축된다. 코스피 역시 2026년 7월 300억원, 2027년 1월 500억원으로 기준을 강화한다.
관리종목 지정 이후 상장폐지를 회피하는 방식도 대폭 제한된다. 기존에는 관리종목 지정 뒤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 또는 누적 30거래일만 기준을 넘기면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같은 기간 중 연속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착수한다. 단기간 주가를 끌어올려 요건을 맞추는 전략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구조다.
오는 7월부터는 동전주 상장폐지 제도도 시행된다.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중 연속 45거래일 이상 1000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액면병합 이후 주가가 액면가에 못 미칠 경우에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
재무·공시 요건도 강화된다. 완전자본잠식은 사업연도 말뿐 아니라 반기 기준도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반기 기준의 경우 즉시 상장폐지 대신 실질심사를 통해 계속기업 가능성을 판단한다. 공시위반 누적 벌점 기준은 최근 1년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지고, 고의성이 큰 중대한 공시위반은 1회만으로도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된다.
상장폐지 절차도 단축된다. 코스닥 실질심사 과정에서 기업에 부여할 수 있는 최대 개선기간은 기존 1년6개월에서 1년으로 줄인다. 1심 개선기간은 유지하되 2심에서 부여 가능한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해 전체 심사 기간을 줄인다.
한국거래소는 부이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구성하고, 기존 3개였던 상장폐지 심사팀을 4개 팀, 20명 규모로 확대 운영한다. 집중관리기간 동안 상장폐지 진행 상황을 정기 점검하고, 거래소 경영평가에도 관련 실적 비중을 반영할 계획이다.
거래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제도 변경이 적용될 경우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은 약 150개 안팎, 최대 220개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 기존 예상치인 50개 내외 대비 세 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11일 기준 코스닥 상장법인 1719개 중 9~13%가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투자자 환금성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금융투자협회는 1월 비상장주식 장외시장 K-OTC에 ‘상장폐지기업부’를 신설했다. 일정 기간 거래와 공시를 이어가며 경영 정상화가 확인될 경우 정식 종목 재편입이나 코스닥 재상장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열어둔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은 단계적 퇴출을 통해 시장 신뢰와 건전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코스닥 시장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한계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